자기개발로 퇴근후 직장인에게 필사를 추천하는 이유
퇴근 후 손글씨로 나를 회복하는 시간
1. 퇴근 후에도 일처럼 살아가는 나에게
직장인의 하루는 생각보다 짧다.
눈 뜨자마자 시간에 쫓겨 출근하고 회의와 업무에 치이다 보면 어느새 해는 지고 있다.
퇴근하면 자유가 주어진다지만 정작 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무기력하게 흘려보내는 날이 많다.
그렇다고 갑자기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시작하거나 부업을 벌이기엔 지쳐 있는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필사(筆寫)다.
필사는 좋아하는 문장을 손으로 따라 쓰는 행위다.
얼핏 단순하고 고전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손글씨로 문장을 쓰며 마음을 정리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꽤 깊은 자기개발 방식이다.
특히 직장인에게 필사는 작은 리셋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누구의 기준에도 쫓기지 않고 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할 수 있는 활동.
스펙도 성과도 없지만 마음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이 시간이야말로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소진과 무기력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글에서는 직장인에게 필사를 추천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누어 정리하고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책 한 권과 추천 문장까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2. 감정을 정리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
직장인의 하루는 감정 소모의 연속이다.
상사의 눈치, 팀원과의 거리, 고객의 컴플레인, 자신에 대한 실망감 등 우리는 수없이 많은 감정들을 마주치지만 그 감정들을 천천히 들여다보거나 정리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필사는 바로 이 감정의 찌꺼기들을 비워내는 데 탁월한 도구가 되어준다.
책 속의 문장을 따라 쓰며 자연스럽게 나의 감정에 집중하게 되고, 그 문장을 통해 내가 어떤 상태인지 조금씩 알게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위로 같은 문장을 따라 쓰다 보면 지금 내가 위로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반대로 냉소적인 문장을 반복해서 쓰게 될 때는 현재 내 마음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필사는 이런 감정의 거울이 되어 무심히 흘려보냈던 나의 상태를 자각하게 만든다.
직장인의 정서 회복에는 커피 한 잔, 산책, 대화처럼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글을 따라 쓰는 필사는 감정 정리와 동시에 언어적 표현력까지 기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특히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일수록 필사를 통해 문장에 감정을 입히는 경험을 해보길 권한다.
이 단순한 행위가 때로는 상담보다 더 나은 힐링이 될 수 있다.
3. 디지털 피로를 줄이고 집중력을 회복하는 루틴
하루 종일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직장인에게는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작정 핸드폰을 멀리하자고 결심해봤자 몇 분도 채 안 되어 다시 SNS를 켜는 게 현실이다.
이럴 때 필사는 자연스럽게 디지털에서 손을 떼고 아날로그 감각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펜을 손에 쥐고 종이에 글씨를 쓰는 행위는 단순한 것처럼 보여도 뇌에선 굉장히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손의 근육, 눈의 움직임, 그리고 글자의 형태까지 모든 신경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하기에 필사를 시작하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몰입의 경험은 하루 중 단 몇 분이라도 나를 위한 고요한 시간을 만들어준다.
그 시간이 짧더라도 규칙적으로 반복되면 스트레스는 줄고 일상에서의 여유가 조금씩 늘어난다.
게다가 필사는 명상과 유사한 효과를 준다.
생각을 멈추고 손을 움직이며 오롯이 한 줄에 집중하는 그 흐름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파편화된 생각을 정리해준다.
직장 내의 끊임없는 알림과 피드백 비교 속에서 지친 뇌를 쉬게 해주는 시간.
그게 바로 필사다.
자기표현력과 글쓰기 감각을 기르는 기초 훈련
말은 잘하는데 글은 못 써요.
글을 써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고민은 생각보다 많은 직장인들이 가지고 있다.
회의 보고서, 이메일, SNS, 혹은 브런치 같은 콘텐츠 플랫폼에서 글을 써보고 싶지만 막상 한 문장을 쓰는 것도 버겁게 느껴질 때
필사는 훌륭한 워밍업이 되어준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문장을 많이 읽고 따라 써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필사는 작가의 호흡, 리듬, 표현을 손으로 느끼며 자연스럽게 내 안에 쌓아가는 방식이다.
단순한 베끼기에서 나아가 따라 쓰며 문장 구조와 단어 선택을 이해하고 결국에는 내 문장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특히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더 글쓰기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지금 생각을 잘 정리해 전달하는 힘은 어떤 직무에서든 유용하다. 필사는 이를 위한 기초 훈련으로 작고 확실한 출발선이 되어줄 수 있다.
추천 필사 도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백세희
이 책은 조용한 진심을 담고 있는 심리 에세이로 자기 감정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자신의 우울증 진단과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아주 담담하게 내면의 불안을 풀어낸다.
특히 책 전반에 걸쳐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필사하는 내내 스스로를 위로받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마음이 아플 땐 고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걸 인정해야 해요.
기분 나쁜 걸 억지로 털어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 문장은 스스로를 다그치며 살아가는 많은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위로다.
직장에서 감정의 여백을 허용받지 못한 채 괜찮은 척만 하며 버텨온 이들에게
이런 문장은 필사라는 방식으로 다시 되새길수록 마음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자기개발은 스펙보다 나를 회복하는 시간
자기개발이라고 하면 보통 뭔가를 배우고 자격증을 따고 영어 점수를 올리는 걸 떠올리기 쉽다.
물론 그런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건 지친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다.
필사는 그런 자기개발이다.
성과나 결과물이 없어 보여도 마음을 단단하게 다지고 나를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조용한 성장의 방식이다.
하루에 딱 10분.
좋아하는 문장 한 줄을 꺼내어 펜으로 따라 써보자.
그 속에 담긴 나의 감정 지금의 나 그리고 회복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